유럽내 주요 대형유통업체들의 REACH 대응 사례를 통해 산업 전반에 미치는 REACH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계 다국적 유통업체인 까르푸는30여개국에15,000여 점포를 운영중인 세계2위의 대형유통기업이다. 기업의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제품을 구매, 취급, 판매하고 있는 까르푸는 비식품 혼합물제품 및 완제품에 대한 수입자로서의REACH 대응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아울러 고위험우려물질(SVHC) 함유 제품과 관련된REACH 33조의 “정보전달의무”의 직접적인 이행 주체가 된다. 이에 까르푸는 이와 같은 자체 이행 의무 및 공급사들의 이행 여부 확인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3개의REACH 전담팀을 구성하고, 매장을 운영 중인 유럽내 모든 국가마다REACH 조정관을 지정하여, 조직적인REACH 대응을 이끌게 하고 있다. 까르푸는 이미 지난2007년 모든 공급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여REACH에 대한 인식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여 향후 본격적인 협력업체 관리에 있어,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의 설문결과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단순완제품 공급자들의 경우 거의가REACH제도 자체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여긴다는 것으로 유통업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예상하게 하는 결과였을 것이다. 효율적인REACH 대응 관리를 위해서 까르푸가 공급업체 대상 설문조사 이후 가장 먼저 착수한 업무는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REACH에서 정의하고 있는 혼합물과 완제품으로 나누고 완제품을 다시 의도적 배출이 있는 제품과 없는 것으로 분류한 것이다. 까르푸에서 판매되고 있는 혼합물 형태의 제품들은 샴푸, 풀, 페인트 등으로 대부분 유럽내 생산자들로부터 공급되고 있어, 해당 제품의 공급자 또는 그들의 공급망이 스스로 사전등록 의무자가 된다. 특히 이러한 제품들은 거의가 중간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공장으로부터 공급되기 때문에 사전등록 이행에 관해 보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외의 지역에서 공급되는 제품들에 대해서 까르푸는 유일대리인을 각각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자체적으로 조사한 사전등록 대상 물질 데이터베이스와 교차확인 작업까지도 실시하여 가급적 모든 대상 물질들이 공급망에 의해 사전등록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에 대한 강도 높은 확인 작업을 거쳤다.
SVHC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까르푸는NGO들로부터 제안된 위험물질리스트인 “SIN List”에 포함된267종을 비롯해 향후ECHA의Candidate List에 업데이트가 예상되는 물질들을 이른바 “Pre-list”라는600개의 자체 후보물질로 정하여 모든 공급망을 대상으로 제품내 사용/포함여부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Candidate List 업데이트시마다 치루어야하는 소모적인 확인작업을 피할 수 있으며, 아울러 적절한 대체 제품에 대한 전략적 판단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설문작업과 더불어 공급/구매계약서에REACH관련 부속서를 포함시켜 공급사들로 하여금REACH 의무이행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제고시키고, 이는 까르푸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한 감독관들에 의해 관리되도록 하였다. 이들 감독관들은 공급망 대상 교육, 워크숍, 공장방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급망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급사들의 화학적인 전문지식 부족이나 제품내SVHC 물질 함량 기준에 대한 적절치 못한 기준 적용은 실행의 속도를 더디게 하는 큰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르푸는 소매자협회 등 이익단체들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적절히 활용하여 인식 확산의 폭을 넓히는 방법 등을 통해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까르푸의 사례와 더불어 주목할만한 기업으로는 영국계 유통기업인Asda (이하 “아스다”)이다. 아스다는 세계최고의 유통그룹인 월마트의100%자회사이며, 식품유통을 주력으로 하나 비식품 부문에서도 상당한 규모를 취급하고 있다. 아스다 역시 비식품 제품들에 대해REACH 사전등록 대상 여부를 일괄 실시하고, 해당 제품의 공급사를 대상으로 사전등록 계획 여부 및 사전등록 확인 작업을 실시하였다. 까르푸와는 달리 아스다의 경우 일정 기간동안의 확인작업 이후 공급사로부터 뚜렷한 사전등록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사전등록을 진행하였으며, 최종적으로는30종의 물질을 사전등록하여 관리하고 있다. 아스다는 유통업체의 특성에 입각해 새로운 제품의 구매나 기존 판매 제품내 새로운 물질이 함유되는 경우 등에 대비하여 제품 내 물질들에 대한 인벤토리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관리하고 늦은 사전등록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특히SVHC 물질에 대해서는 정보전달 의무 이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서 더 나아가 아스다 매장 내에서SVHC 함유 제품에 대한 판매를 금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대응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유통기업인 아스다 내부에 독성이나 대체물질 등에 관련된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직접 생산을 통한 유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어려움을 동반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공급망과의 공조 없이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게 하고 있다.
끝으로 연간 매출액이6백80억유로에 이르는 거대한 유통기업인Metro (이하 “메트로”)그룹의 사례를 살펴보겠다. 이전의 두 기업과 달리 메트로는 “REACH Solution”이라고 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REACH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 데이터베이스는 독일소매자협회 등이 설립한CSC (Chemical Service Compliance)라는 회사에서 개발된 제품이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소매자들이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하나의 포탈과 반대로 공급업체들이 자신들이 공급하고 있는 제품내 물질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포탈로 각각 구성되어 있어 양측의 정보가 동시에 쌓여 관리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REACH 등록 대상물질의 관리 및 등록에 관한 부분을 돕고, 제품의GHS 적용을 손쉽게 하며, SVHC 물질과 관련한 소비자의 요청에 빠르고 적절히 응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행정업무들이 요구되는REACH 대응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상시적인 대응 체계를 쉽게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좋은 투자 사례로 평가될 수 있겠다.
상기의 여러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REACH는 어느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산업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규제임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인 기업일수록 공급망 협력 전략이 치밀하게 계획되고 지속가능한 구조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 통계자료 및 정책정보 출처: ChemicalWatch